MIDBARR

생각하지 않은 날

mimnesko 2023. 3. 27. 16:23
마태복음 24:36~51

36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37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38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고 있으면서
39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함도 이와 같으리라
40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할 것이요
41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으매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할 것이니라
42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
43 너희도 아는 바니 만일 집 주인이 도둑이 어느 시각에 올 줄을 알았더라면 깨어 있어 그 집을 뚫지 못하게 하였으리라
44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
45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냐
46 주인이 올 때에 그 종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
47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그의 모든 소유를 그에게 맡기리라
48 만일 그 악한 종이 마음에 생각하기를 주인이 더디 오리라 하여
49 동료들을 때리며 술친구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게 되면
50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그 종의 주인이 이르러
51 엄히 때리고 외식하는 자가 받는 벌에 처하리니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출퇴근 시간도 아니고, 평소에 교통체증이 있던 곳도 아닌데 갑자기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면 정체가 심각해지면, 어김없이 전방 어디쯤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덕분이었음을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한 번은 강변북로를 지날 때였습니다. 새벽 5시도 되기 전이라 아무리 강변북로라 하더라도 아직 본격적인 정체는 시작되지 않을 시간입니다. 전날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걱정되긴 했지만 장맛비도 헤치고 달리던 길이라 크게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청담대교를 앞에 두고 말 그대로 차들이 '꽉' 막혀 버렸습니다. 도무지 차가 막힐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틀림없이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라면 1분도 걸리지 않았을 거리를 20분 동안 서서히 앞차를 따라가다보니 경찰차와 렉카 차 몇 대의 경광등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청담대교 교각 사이(반대편 차선이었습니다)로는 임시 가림막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에 가림막까지 세워진 것은 처음 본 일이라 무슨 큰 사고라도 났겠구나 싶었습니다. 차량을 우회시키는 경찰이나 서둘러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의 표정에서도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 앞을 1개 차로로 통제한 탓에 차들의 정체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덕분에 임시 가림막 너머 사고 현장을 얼핏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청담대교 교각의 큰 기둥 사이에 1톤 화물차가 납작하게 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충 보더라도 화물 트럭이 들어갈 수 없는 폭이었는데 화물차의 앞부분이 종잇장처럼 납작하게 찌그러져 끼어 있었습니다. 그 주위론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막기 위해 소화기를 뿌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새벽 사고의 전말은 저녁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택배업을 하던 40대 후반의 운전자가 과속으로 커브길을 돌다가 빗길에 미끄러졌다는 '흔한 내용'이었습니다. 과속, 빗길, 미끄러짐 등은 마치 단어의 한 세트처럼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화물차 운전사가 앞쪽으로 급차선 변경을 하던 승용차를 피하기위해 핸들을 잡아 돌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 1초도 채 되지 않을 시간, 차는 균형을 잃었고 13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교각의 난간을 들이받았습니다. 

저녁뉴스에서는 친절하게도 새벽에 제가 목격했던 그 장면을 실감나는 인포그래픽으로 재현해 주었습니다. 사고 시간은 제가 그곳을 지나기 불과 30분 전이었습니다. 새벽 4시 반. 누구도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을 그 시간. 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한 화물차의 운전자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새벽 6시도 되기 전,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단잠에 빠져 있던 가족들의 휴대전화가 울렸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인에게는 바로 그 순간이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이었을 것입니다. 누구와 작별할 틈도 없이 한 생명이 꺼져갔던 바로 그 순간, 저는 그 길의 반대편에서 도무지 갈 생각이 없는 앞차들을 보며 마음 졸였을 것입니다. 과연 우리의 '그 순간'은 언제가 될까요?

 

***

100년 남짓 사는 인간들은 그러나 종종 천 년이라도 살 것처럼 계획하고 행동한다, 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제한된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종종 잊고 삽니다. 그러나 우리의 죽음이 '반드시 올 미래'인 것처럼, 예수님의 다시 오심 역시 '반드시 올 미래'입니다. 다만 어제까지의 요행한 삶이 그 미래를 무디게 하고 있다면, 오늘 우리는 본문의 말씀을 다시 돌이켜 곱씹어야 합니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