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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

mimnesko 2023. 3. 20. 12:37
마태복음 22:23~33

23 부활이 없다 하는 사두개인들이 그 날 예수께 와서 물어 이르되
24 선생님이여 모세가 일렀으되 사람이 만일 자식이 없이 죽으면 그 동생이 그 아내에게 장가 들어 형을 위하여 상속자를 세울지니라 하였나이다
25 우리 중에 칠 형제가 있었는데 맏이가 장가 들었다가 죽어 상속자가 없으므로 그 아내를 그 동생에게 물려 주고
26 그 둘째와 셋째로 일곱째까지 그렇게 하다가
27 최후에 그 여자도 죽었나이다
28 그런즉 그들이 다 그를 취하였으니 부활 때에 일곱 중의 누구의 아내가 되리이까
29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는 고로 오해하였도다
30 부활 때에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
31 죽은 자의 부활을 논할진대 하나님이 너희에게 말씀하신 바
32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것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니라 하시니
33 무리가 듣고 그의 가르치심에 놀라더라

 

기독교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이고자 다짐한 사람에게도 아마 '죽은 사람의 부활'과 같은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에 대해선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경 속 이야기처럼 이미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일은, 대부분이 진위가 의심스러운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이야기거나 죽은 줄 알았더니 사실은 살아있었다거나 하는 오보, 해프닝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본인의 종교를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중에서도 이와 같은 기적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80% 이상이 '믿는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 한국갤럽설문조사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 참고,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통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를 비종교자라고 밝힌 사람들 중에서도 기적을 믿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무려 45%, 거의 과반수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신이나 초월자를 믿는다(18%)고 대답한 사람들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본다면 특이한 일입니다. 이 사람들은 '기적'이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 없이도 우연히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근거는 뭘까요?

 

사후 세계나 부활을 믿지 않았던 사두개파 사람들은 풀기 어려운 문제를 짜내어 예수님에게 물어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질문은 자신들의 정교한 설계를 보란듯이 빗나갑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것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니라 하시니

 

 

이것은 고작해야 100년 남짓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그의 자녀 야곱이 동일하게 '살아있는' 통시적인 시간 속에서만 가능하고 파악할 수 있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은 하나님 나라의 시간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산 자들의 하나님, 이란 뜻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사두개인이나 원리주의자였던 바리새인들 모두 예수님의 답변을 놀랍게 여겼습니다. 굳이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더라도 기원전과 후를 나누는 무려 2천 년 전에 이런 선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의 우리는 놀랍기만 합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138억 년 전의 찰나 같던 한 순간,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출발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비록 천체물리학자들의 복잡한 수식은 알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얻어진 결론에 대해 우리는 신뢰합니다. 이것은 신뢰의 영역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중 누구도 138억 년 전 그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빅뱅의 가능성과 시간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1년 365일로 옮겨 본다면 지구 상에 인류가 출현한 시점은 12월 31일 11시 57분에 불과하다고 묘사했습니다. 즉, 인류는 우주의 역사 대부분과 말 그대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과 3분 전에 나타난 인류가 우주의 주인이자 시간의 주인이라고 말하기엔 낯 간지러운 일이지요.

 

그러나 만약 그것을 138억 년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기다림'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그에게 '생령'을 불어 넣어 당신의 사역을 맡기신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면 그 138억 년의 시간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명징한 '현재'가 됩니다. 과학자들이 빅뱅의 흔적으로 발견한 우주배경복사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희미한 열'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현재 관측되는 열'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영속성이란 우리를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러므로 부활을 말하는 것은 동시에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기독교 신앙으로 고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죽은 자의 부활은 철저히 '현재'의 사건이고, 그 신앙의 유무와 관계없이 하나님의 살아계심 역시 '현재'의 사건입니다. 그것은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이 우리의 동의나 인정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허락 안에서만'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내가 동해 바다를 일러이며 솟구치는 태양을 보지 못했으므로, 정오의 태양의 출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그럴듯한 회의론인 것처럼 들리지만 그 내용은 알맹이 없는 껍질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부활의 오늘,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