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보냄을 받았다

mimnesko 2023. 2. 10. 10:25

- 마태복음 10:1~15

 

 

처음 아이가 두 바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흔히 보는 익숙한 풍경이 있습니다. 

드디어 보조 바퀴를 떼어 낸 아이는 잔뜩 긴장해 있습니다.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려 놓고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부모가 자전거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지 계속 확인합니다. 

"손 놓으면 안 돼요!"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앞이나 봐."

아이는 부모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고 페달을 디딘 발에 힘을 줘 봅니다. 아직 균형을 잡지 못한 두 바퀴가 크게 휘청입니다. 아이는 황급하게 뒤를 돌아봅니다. "앞을 보라니까! 아빠가 잡고 있잖아~" 부모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아이가 안심하도록 합니다. 두어 번 페달이 돌아가자 자전거는 금새 균형을 잡습니다. 자전거의 뒤를 잡은 부모는 마치 우물에 마중물을 담 듯, 조금 속도를 내어 밀어봅니다. "아빠! 빠르다고!!" 아이는 금새 사색이 되지만, 이젠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습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느껴집니다.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해. 하나 둘 하나 둘" 부모는 아이가 페달을 밟는 힘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살며시 손을 놓습니다. 

"아빠! 절대로 손 놓으면 안 돼!!"

아이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면서도 발의 힘을 줄이지 않습니다. 올곧게 직선으로 달려가는 자전거의 뒤를 따라가는 부모는 그 위태로운 행보에 내심 마음이 졸이지만, 그래도 드디어 두 바퀴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피할 길이 없는 직진주행의 자전거는 이내 풀썩 쓰러지고 맙니다. 황급히 달려오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아이는 눈을 흘깁니다. 

"내가 놓지 말라고 했잖아!!!" 

 

***

마태는 예수의 열두 제자의 이름을 하나 하나 호명하며 처음 그들을 '사도'라고 말합니다. '사도'는 '보냄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제자들은 예수의 뒤에서 모든 놀라운 일들을 목격했습니다. 병든 자가 낫고 눈먼 자가 귀신이 쫓겨나는,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장의 목격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따랐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예수님이 직접 결정하셨고 힘든 순간 역시 예수님께서 그 방법을 마련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예수님께서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줄테니 이젠 그들에게 '직접' 해보라고 하신 것입니다. 

"네? 저희가요? 저희들만요?" 제자들의 반문이 귀에 들리 듯 생생합니다.

 

이제 제자들은 영락없이 두 바퀴 자전거에 앉은 아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감히 상상도 못 했던 기회지만, 예수님께서 뒤를 단단히 붙잡아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찾아듭니다. 갑자기 필요한 것들이 많아집니다.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환경들이 마음에 떠오릅니다. 헬멧도 필요하고, 손목이나 무릎을 보호할 장비도 필요합니다. 혹시 모르니 응급처치를 위한 약품도 몇 가지 챙겨야할 것 같습니다. 당장 이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을지도 의심이 됩니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봅니다. "손 놓으면 안 돼요!"

 

마태가 이들을 '사도', 즉 보냄을 받은 자들이라고 따로 부른 이유는 이미 열두 명의 제자들이 충분한 능력과 준비를 마쳤기에, 예수님이 걸어오셨던 바로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준비가 되었음을 다짐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월이 지나 그 때를 돌아보니, 바로 그 순간이 '사도'의 사명을 받았던 순간이었음을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여벌의 옷도 필요없고 여행을 위한 지팡이나 전대조차 필요없는 그 놀라운 사명을 받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 이후에도 흔들림없이 전 세계로 흩어져 제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순간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연약한 제자들이, 순교를 각오하며 죽음의 자리로 기꺼이 걸어갈 수 있었던 그 처음의 동력, 힘차게 페달을 밟았던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로 보냄을 받았을까요? 그리고 내 삶은 '보냄을 받은 자'로서의 삶과 닮아 있습니까? 마음을 여미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