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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제물(offering for jealousy)

mimnesko 2023. 1. 10. 10:42

- 민수기 5:11~31

 

이스라엘 백성의 부정함(나병, 유출병 등)과 죄에 대해 이야기하던 본문이 갑자기 남편의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감별하는 방법으로 이어집니다. 이 본문은 14절 말씀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남편이 의심이 생겨 그 아내를 의심하였는데... (민 5:14 상반절)

 

이 경우 남편은 보리 가루 십분의 일 에바를 가지고 아내와 함께 제사장을 찾습니다. 이 보리 가루 십분의 일 에바를 개역개정에선 '의심의 소제'로 적고 있는데, NIV에선 "offering for jealousy" 즉 '질투의 소제'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제사장은 남편의 '질투'에 몇 가지의 절차를 따라 의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1. 여성을 하나님 앞에 세웁니다.

 2. 여자의 머리 가리개(성전에서 여성은 머리를 보일 수 없습니다)를 벗깁니다. 

 3. 질그릇에 거룩한 물을 담아 성전의 티끌을 담습니다.

 4. 제사장은 여인에게 자신의 결백함을 맹세하게 합니다. 여인이 '아멘 아멘'으로 화답합니다.

 5. 저주의 말을 두루마리에 적고 그 두루마리를 여인이 들고 있는 질그릇 쓴 물에 적셔 잉크가 녹아들게 합니다. 

 6. 제사장은 '의심의 소제(offering for jealousy)'중 한 움큼을 쥐어 '기억나게 하는 소제물(a memorial offering)'로 제단에 태웁니다.

 7. 제사장은 여인이 쓴 물을 마시게 합니다.

 

이 절차의 결과는 둘 중 하나로 판명이 됩니다. 

 

만일 여인이 몸을 더렵혀서 그 남편에게 범죄하였으면 그 저주가 되게 하는 물이 그의 속에 들어가서 쓰게 되어 그의 배가 부으며 거의 넓적다리가 마르리니 그 여인이 그 백성 중에서 저줏거리가 될 것이니라.
그러나 여인이 더럽힌 일이 없고 정결하면 해를 받지 않고 임신하리라. (민 5:27하반절~28절)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의심의 소제', 즉 '질투의 소제'의 원인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의 배가 불러 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아이를 임신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 아이가 어쩐지 자신의 아이가 아닐 것만 같습니다. '질투'는 원래 자신이 바라고 원하던 일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의심은 확신이 되고 질투는 사적인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유욕이 강한 사람일 수록 사적 보복(그것이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야비한 복수가 가능합니다)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인식하는 고대 유목민족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불러오는 배가 남편의 아이임을 강조하지만, 한 번 자리잡은 의심은 질투의 불길로 인해 절대로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이 경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오직 '외부의 개입' 밖에는 없습니다. 눈여겨 볼 것은, 이 의심(질투)를 해결할 수 있는 제물이 고작 '보리 가루 십분의 일 에바'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성전에 가져가는 제물 중 가장 작은 양이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예물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라도 이 정도의 예물이면 제사장과 하나님 앞에서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으니 이러한 문제를 절대로 '사적으로' 해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와 방법은, '부정'의 사유가 전혀 없는 아내로서는 오히려 이 의심을 씻어내는 가장 좋은 선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행여 죄가 있다 하더라도 제사장이 수행하는 7개의 과정 속에서도 언제든 여성은 제사장에게, 또 남편에게 자신의 부정을 토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이 경우에도 '사적인 복수'는 제한됩니다.

물론 이 부분을 확대해서 때문에 이 조항이 '여성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성의 부정과 달리 남성의 부정에 대해선 지극히 관대하거나 당연한 사실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성경에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수천 년 전,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편의 삶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현재에 가져와서 무리하게 해석하는 일은 조심해야할 부분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 본문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의심'은 '질투'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질투'는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할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우리 삶에 의심이 가득하다면, 그것이 내 마음에 질투로 자라고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때, 보리 한 줌의 예물만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서라는 명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주의 쓴 물은 의심과 질투를 덜어냅니다. 나의 망상으로부터 벗어나게 합니다. 스스로 멈출 수 없을 때,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 서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