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MOVIE

영리한 영화, 아웃핏(The Oupfit, 2022)

mimnesko 2023. 1. 4. 14:51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며 '예상을 뛰어넘는 수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아웃핏'(The Outfit).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무대가 되는 양복점을 벗어나지 않는 구성 덕분에 영화라기보단 오히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연극처럼 느껴지는 독특한 영화. 영리한 연출자는 시공간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한 영화의 장점을 버린 대신 '폐소공포' claustrophobia가 느껴질 정도의 서스펜스를 손에 넣었다.  

 

그레이엄 무어(Graham Moore)의 필모그래피는 간소하다.

앨런 튜링(Alan M. Turing)의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015)'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면서 데뷔 첫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쳤다.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실존 인물의 드라마임에도 시나리오의 구성이 꽤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의 재능은 자신의 첫 연출작인 '아웃핏'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주인공 '레너드'의 역할을 맡은 마크 라이언스(Mark Rylance)는 낯익은 배우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스파이 브릿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는데, 그 기억이 좋았는지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새로운 가상세계를 창시한 IT 천재 '홀리데이'의 역할을 맡겼다. 만약 그 영화에서 뭔가 몸에 안 맞는 듯한 옷을 입은 그의 연기를 안스럽게 생각했다면, 영화 '아웃핏'은 말 그대로, 마크 라이언스에겐 딱 맞춤인 한 벌의 옷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국 새빌 로(Savil Row)에서 시카고로 건너와 양복점을 낸 재단사 레너드. 그는 "누구나 10분이면 단추 몇 개를 다는 '재봉사(seamstress)'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옷을 만드는 '재단사'(Tailor)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만든 한 벌의 옷(Outfit)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카고의 갱단과 줄타기를 하는 그의 유연하고 치밀한 태도 속에서 맞춤양복의 장인의 모습과는 다른 의외성을 발견하게 된다. 

 

입봉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독은 카메라와 조명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안다. 덕분에 간단한 특수효과는 몇 배의 효과를 낸다. 닫힌 장소의 긴장감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헤이트풀 8'(Hateful Eight, 2015)에 견줄만 하다. 다만 충격적인 비주얼이 없이도 거의 흡사할 정도의 서스펜스를 유지한다는 점에선 신예 감독의 영리함에 놀라게 된다.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