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포천 미미향

mimnesko 2014. 8. 8. 15:03

중국음식이란 원래 '배달음식'이고 전화 한 통화면 집까지 알아서 배달해 주는 게 당연했던 대학 시절,

신촌에서 탕수육으로 꽤 유명했던 '홍매'를 접하고 나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맛있는 집은 '배달해 주지 않는다', 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촌과 연남동 근처의 화상 중국집을 순례하며 '진정한 짬뽕'이니 '궁극의 짜장'이니 하며 나름의 미슐렝 가이드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근 지인들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그 때의 열정이 화르륵 살아나서,

늦은 오후에 서둘러 예약을 하고 두 시간 가까운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미미향. 휴가철이라 오가는 길이 복잡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한산해서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원한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저녁 선선한 바람이 정말 휴가라도 온 기분이었습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유난스럽게 예약까지 했나 싶었는데, 가게 문을 열고보니 역시나....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예약을 안 했으면 꼼짝없이 뒤돌아 나올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가족이 예약없이 왔다가 30여분 넘게 기다리는 걸 봤는데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지나는 길에 들렀던 중국집이라면 꽤나 놀랐을 듯.

 

 

 

여름이라 차갑게 식힌 차와 함께 내어주는 간단한 셋팅. 다른 중국집과 다를 바도 없는데 왠지 기대감이 들게 합니다.

 

 

삼선 짜장

풍성한 해물과 함께 잘 삶아진 면 위에 춘장으로 고소하게 볶아낸 짜장소스를 부어 먹습니다.

미미향의 짜장은 흔히 먹게 되는 짜장면처럼 달지 않습니다. 화상 중국집들은 대부분 단맛보다는 춘장의 맛을 잘 살려낸 고소함을 더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곁들여진 해물과 채소도 신선하고 탱글탱글합니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짜장면 중 다섯손가락에 가뿐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쓱쓱 비벼놓으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양도 적지 않아서 어지간한 남성 한 명에게 충분한 식사가 될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미미향에서 요리먹고 식사도 하려면 무조건 4명 이상이 모여야 할 듯 합니다.

 

 

 

삼선 짬뽕

신선한 해산물(홍합은 정말 최고!)과 야채를 뜨거운 불로 데쳐 낸 불맛이 고스란히 국물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국물맛이 정말 놀랍습니다.

신기하게도 짬뽕 국물이 너무 맵지도 않고 너무 짜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뒷맛은 담백함이 남습니다. 그런데 맛있습니다.

면보다는 밥을 시켰더라면 좋았겠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 올 정도의 맛. 과거 일산에서 맛봤던 궁극의 전복짬뽕을 떠올리게 합니다.

 

 

 

홍합을 비롯한 해물과 채소는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냥 국물과 재료 넣고 부글부글 끓여서는 절대로 이런 맛이 안 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탕수육

 

 

 

아! 맞아, 탕수육은 원래 이런 맛이었지!

아삭한 식감의 채소와 찹쌀옷을 입혀 제대로 튀겨낸 돼지고기의 조화는 가히 예술적입니다.

 

 

 

꽤 점성이 있는 소스도 들쩍지근한 단맛이 아니라 달콤함 정도의 뒷맛만 남기고 재료의 맛을 풍성하게 살려줍니다.

성능좋은 에어컨 덕분에 탕수육이 식을까봐 서둘러 먹었더니,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남게 되지 않더라는 것이 함정.

 

 

 

이렇게 당근과 같이 올려서 한 입에 넣으면 아삭함과 달콤함이 입안 가득.

중국집에서 짬뽕과 짜장 먹고 탕수육 한 그릇 먹고 참 요란스러운 후기이긴 한데, 먼 거리를 일부러 찾아가 만큼이나 완성도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옆 테이블에선 근처에서 근무하는 듯한 군인 장교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태어나서 군인이 부러워보긴 처음이었으니까요.

 

다른 요리를 먹어보질 못해서 다양한 평가는 어렵겠지만, 중국집의 기본이라는 짜장, 짬뽕, 탕수육만 보더라도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메뉴였고 담백한 뒷맛이 만만찮은 내공으로 다져진 실력임을 느끼게 합니다. 인천의 용화반점과 포천의 미미향을 손가락에 꼽는 이유를 납득할만 했습니다.

 

 

 

 

** 그리고 후기  

 

 

미미향을 나서면 바로 이동갈비 골목이 이어집니다. 전부다 원조라서 오히려 원조를 찾기 힘든 골목이죠.

의정부 부대찌개도 그렇고 이동갈비도 그렇고...

딱히 원조가 더 맛있다는 법은 없고(그만한 비교대상조차 없습니다), 주말에 숯불을 구해다가 가족들과 같이 저녁이라도 할 생각에 

사진 속 가게에서 양념된 이동갈비를 몇 대 포장해 왔습니다. 어떤 정보도 없이 그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운 거라 어떤 맛일지 모르겠네요.

 

번듯한 외관에 비해 실내는 꽤 옛스럽다는 사실과 1인분의 포장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더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습니다.

그런데 한국 맛있는 집 999라니. 은하철도도 아니고... 설마 999번째인건 아니겠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