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TC.

Sony A7/A7R

mimnesko 2013. 10. 21. 15:33

지금은 잊혀진 브랜드 미놀타(Minolta)의 유저였다면, 미놀타만의 단단한 바디 매커니즘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타 메이커에 비해 늘 한발 늦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감탄할 만한 놀라운 기능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손떨림 방지 기능이었습니다. 보통 타사의 경우 손떨림 방지 기능이 렌즈(캐논은 IS렌즈, 니콘은 VR렌즈)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렌즈 자체가 고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성능의 저소음 모터(USM 또는 AF-S, 미놀타는 SSM)와 손떨림 방지 기능이 포함된 렌즈는 대부분 100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런데 미놀타는 이 기능을 아예 카메라 바디에 넣어 버렸습니다. 이로써 같은 마운트를 공유하는 모든 렌즈가 '떨림 방지 기능'을 갖춘 셈이 되었습니다. 마치 과거 콘탁스가 필름의 촬상면을 움직여 AF기능을 구현한 것에 비견할만한 놀라운 매커니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가의 기능을 바디에 넣음으로써 기존 렌즈의 사용자들까지 배려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죠!

 

그러나 렌즈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메이커 입장에선 고가의 렌즈군에 넣을 핵심 기능을 스스로 제거해버린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존 미놀타에는 캐논의 L렌즈처럼, 뛰어난 발색과 해상력으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던 G렌즈라는 고급 렌즈 군이 있었습니다. 가격보단 구하기가 더 힘들다던 G렌즈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저절로 들어간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미놀타에서 70-200 (G) SSM 렌즈 외엔 신제품이 없었던 것이 이런 문제 때문은 아니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후 디지털 적응에 실패한 공돌이 정신의 미놀타는 결국 Sony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미놀타의 찬란한 유산으로는 알파 마운트, 바디에 적용되는 손떨림 방지 기능, 노출계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미놀타의 뛰어난 노출 시스템, 그리고 로커(Rokkor)부터 이어져 온 G렌즈가 살아 남았습니다. 하지만 미놀타가 Sony로 바뀜으로써 미놀타의 공돌이 정신이 소니의 매끄러운 마케팅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소니가 미놀타를 인수함으로써 미놀타의 렌즈 특징과는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했던 칼 짜이즈가 미놀타의 알파 마운트를 갖게 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이종교배에 비교할 정도로 꽤 충격적인 일[각주:1]이었고 이후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소니의 새로운 라인업에 a-7이 등장한다는 말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미놀타의 필름 SLR 중 마지막 기종이 알파-7, 그리고 플래그십이 알파-9(한국에선 dynax7, dynax9라는 제품명으로 삼성에서 출시되었습니다)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A77을 만질 기회가 있어 가뜩이나 미놀타의 향수로 충만했었기에 미놀타가 아닌 소니의 알파7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정겨운 알파7의 이름으로 태어난 이 녀석은, 그러나 SLR은 아니었습니다. RF(Range Finder : 거리연동식) 스타일의 미러리스 카메라였습니다. 즉 기존 SLR과 달리 뷰파인더를 위한 거울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미러리스 주제에 바디 위에 우뚝한 저 펜타프리즘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긴 합니다. 뷰파인더만을 위한 공간이라면 차라리 핫슈를 넣고 외장 파인더를 넣는 것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RX1이 그런 스타일이네요....^^ 혹시 이런 것도 디자인 마이그레이션일까요?

 

 

 

 

 

 

 

뛰어난 그립감과 조작성

 

RF나 미러리스에서 늘 아쉬웠던 그립감. 알파7은 적어도 그립감은 한결 좋아진 옆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미놀타의 dynax7을 주력으로 썼던 저로서는 손에 착 감기는 그 그립감이 꽤 그리웠습니다. 카메라 본체를 손에 쥐고 엄지와 검지로 카메라의 기능을 조작할 때 거의 불편함이 없는 바디 매커니즘이 바로 미놀타의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립감이란 손으로 파지하는 느낌 뿐만 아니라 조작성도 함께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름은 Sony로 바뀌었지만 알파렌즈가 적용된 소니의 DSLR 역시 미놀타의 DNA를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사용해본 A77에서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것도 DSLT니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조작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알파7의 오돌도돌한 다이얼을 보는 순간 과거 미놀타의 플래그십이었던 알파9을 떠올린 건 아마 저 혼자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미러리스인 알파7은 놀랍게도 '세로그립'까지 있습니다. 과거 미놀타의 세로그립의 열인식부터 조작 다이얼까지 뛰어난 그립감과 컨트롤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미놀타의 세로그립에 비하면 타 메이커의 세로그립은 그냥 '하단부 손잡이'에 불과하단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여러모로 미놀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바디는 마그네슘과 방진방적이라는 특징까지 더해지면서 미놀타의 재림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심플한 뒷모습, 그러나 편하다!

 

알파7의 뒷모습은 전작인 RX1의 심플한 뒷태를 닮아 있습니다. 특히 엄지 손가락의 도달 범위에 촬영을 위한 대부분의 기능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상단에 위치한 세 개의 다이얼 스위치는 역시 미놀타의 '직관적인 조작성'의 DNA가 Sony에서도 내밀히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딱히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편한 후면부와 3인치 XtraFine Tiltable LCD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뷰파인더는 0.5인치 OLED EVF이고 시도보정다이얼이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풀프레임에 2,430만 화소와 3,640만 화소의 CCD

 

흔히 하는 말로 '화소가 깡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2,000만 화소가 넘어가는 디지털 카메라는 망원도 필요없이 대충 찍고 크롭해도 쓸만할 정도의 결과물을 얻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풀프레임(FF)의 렌즈교환식이라면 어떨까? 그냥 단순히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았던 구성을 알파7이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콘트라스트와 위상차 방식이 함께 작동하는 AF는 그간 미러리스의 단점이었던 느린 AF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빠른 셔터스피드나 높은 감도, 그리고 새롭게 적용된 이미지 처리 시스템(BIONZ X) 역시 사용한 적이 없어 말하긴 어렵지만 RX1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대단히 놀랄만한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부가기능으론 와이파이(Wi-Fi)를 지원하여 무선통신망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입니다. 최근에 캐논 6D의 와이파이 기능에 감탄을 했던터라 개인적으론 가장 기대됩니다.

 

 

FE 마운트?

 

SONY의 상술은 엉뚱한 곳에서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알파7과 알파7R은 모두 FE 마운트라는 새로운 마운트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풀프레임이라면 그냥 알파마운트를 채용하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스펙을 살펴 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손떨림 방지 기능이 알파7과 7R에는 적용되질 않은 것입니다. 미러리스의 얇은 바디에 손떨림 방지 기능까지 넣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FE 마운트의 렌즈군까지 따로 출시한다고 하니 문득, "혹시 IS 렌즈 같은 걸 만들려는 걸까?"라는 의심이 문득 생깁니다. 그리고 그 의심은 FE 렌즈 리스트를 보며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출시 예정인 표준줌(Carl Zeiss 24-70mm F4 OSS)과 망원줌(Carl Zeiss 70-200mm F4 OSS)에 OSS(손떨림 방지 기능) 기능이 살포시 들어가 있습니다. 즉 타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렌즈로 손떨림 방지를 하겠다는 뜻이며 아울러 '새로운 렌즈'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댑터를 사용하면 기존의 알파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지만 어댑터 자체도 꽤 부피가 있어 미러리스의 장점인 간편함, 휴대성과는 약간 거리가 생깁니다. 아래 사진이 어댑터를 채용한 모습입니다.

 

 

 

 

 

 

 

 

 

 

아직 정확한 출시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소니 코리아의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 발표회까지 한 걸 보면 알파7과 7R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해볼 수는 있습니다. 여전히 '미놀타'에 대한 향수를 가진 저로서는 알파7이라는 제품명 만으로도 이미 꽤 관심이 가는 상황인데 RX1을 고민하면서도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고민하셨던 분들에겐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을 듯.

 

아직은 부족한 렌즈군이 문제이긴 하지만 알파 마운트의 뛰어난 렌즈들을 일단 불편한대로 쓰겠다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입니다. 특히 과거 미놀타의 발군의 렌즈들(50mm 1.4, 85mm 1.4 G, 28-70mm G, 200mm G, 70-200mm G SSM 등)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간 DSLR에서 고전했던 미놀타와 소니의 브랜드가 일거에 시장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Fin.

 

 

 

  1. 미놀타는 과거 라이카(Leica)의 OEM으로 기술을 축적해 왔습니다. 특히 미놀타의 CLE는 라이카 M마운트와 더불어 거의 '라이카'라고 할 정도의 만듦새를 보여주었지요. 라이카의 렌즈는 높은 콘트라스트의 칼짜이즈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