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나는 부산과 인연이 없었다. 20여년 전, 맥도날드조차 하나 없던 시절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밤기차에서 내려본 것 말고는 부산을 딱히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2014년 초가을에 당시 맡은 일 때문에 부산엘 내려 가게 되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를 봤고, 태어나 처음으로 여름이면 해변가득 세워둔 파라솔로 정작 모래가 보이지 않던 해운대의 바다를 봤다. 부산의 길은 혼잡했고 아파트가 높았다. 동서고가를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은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도 늘 아슬아슬한 좌회전과 우회전의 연속이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안내음성이 '10시 방향 좌회전'이었다. 보통의 사거리와는 전혀 다른 갈림길이 눈앞에 있었다. 재빨리 머리속에 시계를 그려서 10시 어림쯤에 길을 찾아본다. 문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