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이상한 논쟁들

mimnesko 2012. 9. 26. 00:19

출처 : 조선일보

 

지난 9월 1일, 국내 일간지에 전면광고가 하나 실렸다. 

 

대형감리교회 중 하나인 모교회가 '전도의 목적'으로, 지난 8월 15일이 해당 교회에서 있었던 설교를 요약하여 게재한 것이다.

이후 해당 교회의 사무국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전면 광고의 목적이 그 설교가 '너무 좋아서'였음을 서슴없이 말했다. 그런데 자신의 말과는 달리 인터뷰 당사자조차 설교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 했고, 심지어는 기본적인 3대지 설교의 구성 혹은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이어지는 상식적인 글의 구조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그 라디오를 청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설교 내용이 좋았다고 해서 모든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반론'의 목적으로 라디오 인터뷰에 응했다면 불리하다고 무조건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했다. 특히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는 '교회세습'에 관련한 부분이 그렇다. 정책과 가치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감정적인 인신공격으로 받아치는 모습은 아연하기까지 했다.

스스로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심지어는 이미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해서조차 '단순한 오해'로 치부하며 대한민국의 법체계 위에 목회자의 도덕성이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반론을 제기한 교회의 규모로 볼 때, 이 안건을 비롯한 여러 법적인 문제를(유독 그 교회는 그런 문제들이 많았으니까) 전담하거나 최소한 '자문'하는 조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껄끄러운 교회 세습의 문제 대신 개인의 명예훼손으로 주제를 옮겨가고 싶은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전명광고가 게재된 시기가 마침 감리교단에서 '교회 세습'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방안을 마련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민감한 시기였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정이 이해가 된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다급하니까 탈법이든 불법이든 인신공격이든 뭐든 '자위권'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며, 그것을 종교의 이름, 특히 나와 동일한 종교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무자비한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전도의 목적'으로 일간지에 전면광고까지 실었으나, 결과적으론 오히려 신실했던 사람들의 믿음마저 사라져 버린 식욕처럼 싹 가시게 하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물론 당사자들의 셈법이 평범한 우리와 다를 수는 있겠다. 어쩌면 교회 내부의 결속과 단속을 위한 수준높은 한 수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전에도 달갑지 않았고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다면 달갑지 않을 교회의 달갑지 않은 소식에 아침부터 속이 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