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 2

할매국밥

좀처럼 나는 부산과 인연이 없었다. 20여년 전, 맥도날드조차 하나 없던 시절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밤기차에서 내려본 것 말고는 부산을 딱히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2014년 초가을에 당시 맡은 일 때문에 부산엘 내려 가게 되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를 봤고, 태어나 처음으로 여름이면 해변가득 세워둔 파라솔로 정작 모래가 보이지 않던 해운대의 바다를 봤다. 부산의 길은 혼잡했고 아파트가 높았다. 동서고가를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은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도 늘 아슬아슬한 좌회전과 우회전의 연속이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안내음성이 '10시 방향 좌회전'이었다. 보통의 사거리와는 전혀 다른 갈림길이 눈앞에 있었다. 재빨리 머리속에 시계를 그려서 10시 어림쯤에 길을 찾아본다. 문제는 ..

REMEMBRANCE 2016.02.14

겨울소감

납전삼백(臘前三白)이면 그해 풍년이 든다던데, 올해는 푸짐하게 내렸던 초설 이후 거의 눈 다운 눈을 만나지 못하고 섣달 그믐이 지난 지금까지 이백(二白)도 온전히 채우지 못했으니, 40년 만의 가뭄이란 말이 영 허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흘간 정상적인 식사를 거르고 닷새 째에 미음으로 위장을 채운 뒤,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집어 넣은 탓인지 속은 내내 편하지 않다. 하긴 이미 속이 편하지 않아 음식을 삼키지 못한 것이니 딱히 음식탓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2016년을 와신상담의 해로 세모에 기록했으나, 정작 와신하고 상담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았다는 미흡함에 자책한다. 늘 마음이 생각을 앞지르고 생각이 그 다음을 앞지르는 어리석음이 있었다. 올해는 그런 어리석음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보자 생각했다. 그..

REMEMBRANCE 2016.02.08